지난 저녁에는 밥을 해 먹고 나서는 그간의 모든 피로가 갑자기 몰려온 듯 피곤했습니다. 거실에서 한참을 자다가 일어나 아침부터 일을 하고 점심에는 부모님과 피크닉에 갔다가 저녁에는 백화점에도 서점에도 들러 선물을 골랐습니다. 혹시 궁금하지는 않으셨을까. 궁금해도 묻지 못하셨을까, 아니면 궁금하지 않으셨을까. 늘 궁금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오늘까지도 그 생각이 변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몇 번이나 정확하게 말해주시고 들어서 아주 확실한 일이었는데,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언제나 하나 뿐인데. 자꾸 왜 또 다가가려 노력 같지도 않은 노력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 말 해주지 않으시지, 내가 언젠가 한 번 쯤은 보고 싶지 않을까, 궁금한 것도 있고 서운한 것도 있지 않을까, 많지 않을까. 그러면 언젠가, 내가 자꾸 들어드리다 보면, 결국 그런 말도 하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결론이 언제나 늘 하나 뿐이라 슬픕니다. 그런 것은 왜 참아내고, 친구조차 전혀 모를 슬픔같은 것을 또 애써 참아내고, 또 조심스레 다가가 보기로, 또 무엇인가 해보기로 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은 정말 힘이 엄청나다, 정말로 헤아릴 수 없이 엄청난 힘이 있다. 그런 생각이 정말 듭니다. 당신이 언젠가 내게도 주었던 정, 그런 것이 꼭 나에게 향했다고 생각했어서, 그리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은 어쩜 그렇게 근사하게 만들어졌을까. 어찌 그리 무형의 정과 같은 것에 잘 움직일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결국 사람은 말을 나누어야 하겠군요, 말. 말을 아주 많이 나누어야 하겠군요. 말을 하지 못하면 글이라도 쓰고, 그림이라도 그려야 하겠군요. 사람은 결국, 표현해야 하는 것이겠군요.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어떤 선을 크게 넘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많았습니다. 잘 맞이하도록 애꿎은 준비만 자꾸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절대 넘을 수 없을 것이기에, 당신이 정말 언젠가 냅다 넘어왔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친구가 정말로 좋은 생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나를 보는 날에도. 준비한 선물도 적절히 좋고 도움도 되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바라는 일입니다. 언제나 저는 그런 마음 이상이었죠. 한 번도 빠짐 없이 늘 제게는 당연한 일이었죠. 말도 하지 못하고, 꼭 이상한 때에만 괜히 한 것 같죠.
생일이니까, 생일자의 행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중한 사람이므로, 그 사람의 행복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 둘 것입니다. 제가 마침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 지도, 친구를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 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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