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여름이다.

일이 조금씩 안정되며 잘 풀리고, 새로운 몇 가지에 대한 기대로 일을 한다. 할 일이 아직도 정말 많다. 일은 끊이지 않고, 적당한 때에 잘 끝내는 것이 나의 몫이다. 그 안에서 사람도, 취미도 사랑도 모두 슬기롭게 챙겨야 한다. 역시 할 일이 없을 때는 계속 일을 한다. 무엇도 일부러 시간을 잡고 일을 벌이지 않으면 나는 아마 일만 할 것 같다. 일도 아니지, 반 쯤은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이다. 그런 것이 이제는 큰 걱정이다. 그러다 보니 너무 늙었어. 엄마가 나보고 늙었다 할 정도면 진짜 늙었어. 사람을 만나야 해. 좋은 사람들은 자꾸 만나자 해야 할 것 같고. 모여야 할 것 같고, 모여있는 곳에 자꾸 얼굴을 비춰야 할 것 같고. 새로운 멋진 이들도 조금씩 알아가 보아야 할 것 같아. 일에서도, 취미에서도, 여가에서도 모두. 잘 하자, 잘 할 수 있을까.

친구 R은 자주 학을 떼며 내게 그런 조언을 해주었다. 사람 좀 제발 많이 만나보라고. 한 두 번이 아닌 일이었다. 나를 조금이라도 아끼는 사람들에게서 하나같이 듣는 말이었지. 다만 이성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애초에 나에게는 같이 어울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니 아주 적지. 굳이, 굳이 하며 애써 줄였던 것 같다.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만 무엇도 받아들이고, 기꺼이 내어주고, 시간을 내어 만나고, 그렇게 늘 좁게 유지했었지. 그것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그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 동료가 해주는 말을 들어보면 아주 기가 차지.

대청댐에는 가 볼만한 곳이 적지 않다. 대청공원도, 여러 좋은 카페도. 넌지시 물어보아야지. 나는 좋은데, 더욱 있어도 좋은데, 좋을 것 같은데. 나만 좋을 지도 모르니까.

여유를 가지자. 나를 찾고, 자신감을 더욱 가지자. 생각해 보면, 자신감에 비해 가진 매력이 조금은 더 많아.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야. 보통은 매력보다는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였겠지. 적당한 만큼은 자신감을 올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나를 보여주는 일이 익숙치 않아서, 말로 하게 되면 어쩔 때는 희한한 사람이 되고, 어쩔 때는 재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런 것들도 연습해야 아는 일이겠지.

오랜 친구가 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노래를 듣고 너무 놀라워서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내가 했던 답에 친구가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고 나중에 이야기 해 주었다. 뭐라 했지, 배우지 않았다고 한 것 같은데. 배우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아직도 그런 면에 있어 많이 부족한가 보다. 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지. 음수의 곱셈을 물어보는 친구에게 잘 이라고 대답한 것이 내 진심이었는데. 진짜 미친 새끼지. 나중에 깨닫고 잘 설명해 준 것을 보면 나도 희망이 아주 없는 놈은 아닌것도 같고.

사람 만나야, 그런 일도 익숙해지고, 배우고 그러는 것이지. 나는 많이 늦었어. 다양한 사람을 알고 지내보는 일이 많이 늦었어. 지금도 그래, 늘 한때의 친구들이 너무 좋아 그 친구들만 만났어. 넓힐 생각이 없었지.

사람들은 늘 어디론가 가. 마음이 가던, 몸이 가던. 언젠가는 멀어지는 것 같아. 그 끝이 삶의 끝까지 유지 되는 관계는 정말 몇 없을 거야. 내 사랑, 그리고 내 몇 친구. 가족. 그 정도일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떠나는 것이 늘 두려웠을까.

또 하나의 변화의 시기가 오는 것 같아. 요즘 들어 변화하는 나의 모습이 여럿 보인다. 아마도 길게 보면 재작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부터.

내일은 참 기대되고, 언제나처럼 좋을 것 같고. 두렵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 것에서 두려움 같은 것을 쏙 뺄 수 있어야 여유있는 사람이 될 것 같다. 두려운 까닭은 언제나 하나지. 그러니까. 사람을 덜 좋아해야 해, 원래 그래. 피크가 낮으면 폭은 넓어져. 더 오래 간다는 이야기지. 에너지는 보존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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