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이렇게 되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는 친구를 하나의 보통 사람으로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M 친구가 소개해준 책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사랑에 빠진 이는 보통, 사랑에 빠진 사람을 우상화한다. 거추장스러운 이야기고,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분명히 있는 현상이다. 분명히 지금 내가 보는 친구의 많은 장점들은 늘 변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내게 주는 감정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런 것이 걷히면, 사람의 정말 좋은 모습들을 외려 더 잘 볼 수도 있다. 넌지시 하는 배려와 같은 것, 조용히 사려깊던 날들. 조심스레 묻던 것들과 말해준 진심들. 그런 것들을 정말 제대로 알 수 없었겠다.

일 년을 보아도, 상황은 조급할 수 있다. 그런 것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조급함에는 늘 진심이 희석된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친구는 그래도, 여전히 나와 잘 지내기로 한 것 같다. 또 그렇다. 얼마나 큰 배려였을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나는 정말 참을 수 없이 불편했을 것 같은데.

친구를 하나의 사람으로서, 친구가 말하는 것을 있는 그 자체로 듣고, 때로는 잘 생각해 보기도 하고. 감정이 모두 걷혀야, 그런 일을 잘 할 수 있고, 외려 그렇게 되어야. 친구와 어떤 방식으로던 더욱 좋은 관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직업병이다. 정말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무엇이든 최악의 상황을 예상해 보고, 거기에 대비하고. 그런 것은 일종의 직업병인 것이 확실하다. 사람 사이에서는 정말로, 특히 좋은 사람들에게 가지는 자세로서는 그만큼 최악인 것도 없다. 일어나지 않을 지 모를 일로, 앞에 놓인 행복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이다.

반대로, 그런 성격이기에 내 일이 천직인 지도 모르겠다.

왜 갑자기, 이제와서야 이런 깨달음이 생기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독서를 많이 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뜬금없이 들고. 사랑에 대해서도 정말, 앞으로 배울 것이 많은 것 같다. 조금은 후회도 되는 일이다, 왜 미리 배우지 못했지, 왜 미리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해서 지금 이시간에 이리 어리숙하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그런 것에는 미련이 없다. 미래가 밝을 것 같아서. 자꾸 일에도 무엇도 좋은 미래가 느리고 크게 오는 것 같아, 굳이 그런 것에는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다.

잊지 말도록 하고, 그런 마음 가지도록, 계속 노력하도록 하자. 내 감정으로 모두 가리지 않도록. 늘 생각했던 큰 마음 가지도록. 그렇게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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